불가항력 (Force Majeure)

불가항력이란, 자연재해나 천재지변과 같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수 없는 힘을 뜻하는데, 계약적으로 요즘 핫(?) 한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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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코로나다.  왜 코로나 사태와 불가항력이 관계가 있을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수많은 계약과 연관되어 있다. 주택 매매/전/월세를 살때도 물론이고 회사에 입사할 때도 고용계약을 체결한다. 우리가 신용카드로 물건 구매시 할부를 사용할 때도 할부약관 안에서 효력이 발생하고,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프로그램/앱을 설치할 때도 간단한 계약에 동의한다. 

비즈니스 단위로 들어서면 계약의 중요성은 커진다. 통상 비즈니스 계약은 크게 일반적인 법적 조항들과,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 등과 관련된 상업적 조항들로 구분되는데, 불가항력은 법적 조항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A가 휴대전화 생산자이고, B가 화면을 납품하는 업체라고 가정하자. A가 최종적으로 시장에 휴대전화를 출시할 일정에 맞추기 위해 적절한 날까지 화면이 필요할 것이고, 계약서에는 이 납기일을 명시한다. 이 납기일은 대단히 중요하므로 통상 납기일을 맞추기 위한 인센티브 역할을 위해 지체보상금 (Liquidated Damages) 조항을 설정한다. 이는 계약상 정한 납기일 이후에는 얼마의 벌금을 B가 A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통상 일당 벌금을 설정해 놓는다. 그런데, 무조건적인 납기일 준수는 현실적이지 않으므로 통상 허용지연 (Excusable Delay) 조항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B의 사유가 아닌 외부의 요인으로 인한 납기일 초과는 미준수에 해당되지 않으며 이 경우 지체보상금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허용지연에 해당되는 외부의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파업, 전쟁으로 인한 경우나 천재지변 (Force Majeure) 이 이에 해당된다. 즉, 불가항력이 허용지연의 요인으로 인정받게 되는 경우, 지체보상금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B 입장에서는 이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은 천재지변 (Force Majeure) 에 해당되는 것일까? 이는 계약마다 틀리다. 통상 계약서에는 용어 정의 (Definition) 가 별도로 있는데, 이때 천재지변에 대한 정의를 한 경우, 해당되는 사유들을 열거하면서 한정하기도 한다. 만약 용어 정의가 별도로 없다면,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물론 정의가 있다 하더라도 유권해석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코로나를 과연 불가항력으로 볼 수 있는지. 체결한 계약서의 면밀한 분석과 법적 해석이 필요하다. 미래 사라질 직업에 항상 변호사가 꼽히긴 하지만, 여전히 이런 저런 사유로 유망해 보인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왕래가 제한되면서, 코로나 전 체결한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생겼을 것이다. 건설업체도 일정에 따라 건물을 지을 수 없게 되었을 것이며, 제조업체들도 부품 수급 문제 등으로 제때 납품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계약서에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사태에 따른 지연을 허용지연으로 인정토록 정한 경우에는 납기일 미준수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책임에서 벗어 날 수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계약서는 변호사를 제외하고 누구에게나 어렵기 때문에 법적인 조항 내용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기는 쉽지가 않고, 계약서 체결 시 불가항력에 대한 부분을 명시했었다 하더라도 계약 담당이 신경쓰지 않는다면 법적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납기일 미준수에 따른 벌금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계약부서의 중요성이 이런 시기에 더욱 드러난다. 

이번 포스트 끝.